동방향림당 |
![]() 환상향에는 역사다운 역사가 없다. 그것은 매일이 평화롭기 때문도, 이변이 금방 해결되기 때문도 아니다. 그것은 요괴의 수명이 지나치게 길기 때문이다. 역사가 될 사건이라도 당사자가 살아 있는 이상 자신의 형편에 맞게 정보가 계속 변화해, 그 애매한 정보 위에 서 있는 사실이 아무리 지나도 고정되지 않는다...(생략)...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객관성이 가장 중요하지만, 당사자가 계속 생존해 있으면 좀처럼 주관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환상향에는 역사가 없는 것이다. 나는 바깥 세계에서 들어온 종이에 가능한 한 객관적인 눈으로 본 환상향을 기록하려고 한다. 이것이 역사로 이어진다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이 가장 최초의 역사가 된다. 가장 최초의 역사라는 것은 환상향의 역사가 탄생했다는 것이다. 나는 이 책의 첫머리에 「환상향의 역사가 탄생했다」고 적었다. /동방향림당 그렇게 이야깃거리가 많지는 않지만, 모리치카 린노스케라는 캐릭터(설정상 『동방향림당』의 화자이자 저자)의 시선을 통해 환상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재밌는 책입니다. 컴퓨터를 바깥세상에서 널리 쓰이는 식신으로 받아들인다거나, 마네킹 팔을 인간의 팔로 착각하고 두려워하는 건 클리셰적 코메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환상향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. 황당무계한 이론으로 상식을 부정하는 린노스케나, 현실에 무관심하고 제멋대로 단정을 지어버리는 나머지 소녀들이나 현실 속 우리가 보기에는 황당하기 짝이 없지만 그쪽 세계에서는 그런 이론으로 로켓을 만들고, 세상을 구하니 말입니다. 분명 그쪽 세상에서 바라보면 민주주의니 과학문명이니 하는 게 얼마나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을까요? 아마 지구도 100년 전으로 돌아가면 비슷한 말을 들었을 게 뻔합니다. 이런 의미에서 『동방향림당』은 역사서는 될 수 없어도, 단순히 설정을 읽는 것보다는 더 분명하게 환상향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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